8월 전시

우주극장 展 – 이지송

 

빨래는 어떻게 우주 쇼(show)가 되는가

📝함돈균 문화평론가

“늘 그와 접촉하며 우리가 그 안에 살고 있지만, 누구나 그것을 볼 수는 없다. 그것을 본 이는 극히 드물다. 모든 각도에서 본 우주의 모든 지점들에 관한 모습이 담긴 구슬. 거기에는 세상의 모든 역사와 우주의 시간, 만상의 형상과 일체의 소리가 겹치지 않고 펼쳐져 있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중복됨 없이 무한히 회귀하는 사건의 파노라마. 그것은 오로라처럼, 별들의 환영처럼 드러나지만, 존재하는 어떤 것도 생략하거나 소거하지 않는다. 그 자체가 존재인 동시에 일체의 존재를 볼 수 있는 시점인 그 구슬을 ‘나’는 어린 시절에 발견했다. 그것은 지하실 작은 트렁크 안에 들어있다. ‘하나이자 전체(hen kai pan)’인 작은 구슬. 그 자체가 우주이자, 영겁으로 무한으로 영원으로 열린 사방의 눈인 이것을 신의 눈이라고 부르자.

이지송의 ‘우주극장’은 보르헤스가 자신의 소설에서 묘사한 ‘우주 구슬’ ‘알렙’을 연상시킨다. 아름다운 빛의 환영들, 그것은 먼 곳으로부터, 까마득한 시간으로부터 지금 막 지구별에 도착한 우주의 낯선 메시지다. 이미지는 고정할 수 없으며 증발하는 표면이 아니다. 살아서 춤추며 무언가 얘기하고 있으며 노래하는 속을 지닌 생명체다. 빛들은 개별적이면서도 일체화 되어 있다. 역동적 개별성들은 패턴이 되고, 만상의 은하, 우주로 드러난다. 이미지는 개념으로 환원되지도 않으며, 언어로 구조화 할 수도 없다. 이 실루엣은 우리가 쳐다보고는 있으나 인지하지 못하는 허방처럼, 귀를 가지고는 있으나 듣지는 못하는 외계의 신호처럼 낯설다. 왜 일까. 이 춤추는 ‘우주 쇼’는 늘 우주에 있던 신의 존재처럼 거룩하다.

이 우주적 환영이 놀랍게도 빨래통 안에 들어 있다는 사실을 누가 알았으랴. 별들의 은하가, 외계의 메시지가, 신의 춤이 빨래통 안에서 상영되고 있었다니. 그래서 어쩌면 당신은 자기 눈으로 우주극장의 놀라운 쇼를 보면서도 믿을 수 없으리라. 이지송의 우주극장은 단순한 유머나 농담이 아니다. 이지송의 우주극장은 지극히 일상적인 것, 하찮은 것, 그리하여 매우 남루한 것 안에 담긴 우주적인 것의 실루엣을 드러낸다. 이 실루엣의 개별적 실체를 얘기하자면 이렇다. 땀에 젖은 노동자의 티셔츠, 아이의 턱을 받치던 손수건, 젖을 먹이는 젊은 엄마의 옷가지, 노년의 침대보, 농부가 허리춤에 차던 빛바랜 수건, 바다를 향해 달려가는 청춘들의 옷가지, 어떤 장소에서 어떤 이가 어떤 일을 하며 입고 있던 청바지…….

빛의 만다라는 개별적 삶들이 어울려 이루는 만다라고, 그것은 일상을 살아가는 모든 존재들의 수고로운 시간들이 결속하여 이루어내는 은하라는 사실의 발견만큼이나 경이로운 발견이 있을 수 있는가. 이 빨래-극장은 지구의 삶이 우주의 근거가 되며, 인간의 나날의 노동이 신의 움직임에 참여하는 거룩한 사건이라는 사실을 아름답고 낯설며 유머러스한 이미지로 증언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지하실 어둠 컴컴한 구석에 놓인 보르헤스의 알렙이 우주 자체이면서 우주를 보는 눈인 것처럼, 이지송의 빨래통은 존재이면서 존재를 발견하는 ‘시점·관점’의 중요성을 우리에게 유쾌하게 일깨운다. 우리가 그 안에 살고 있으면서도 아무나 보지는 못하는 아름다우며 자유로운 존재의 모습에 관한. 나날의 삶은 평범하면서도 특별하며, 지극한 유한성의 무대 위에 영원과 무한성이 깃든 에피소드를 상연한다. 빨래, 그 자체가 우주극장이다.”

📌 전시개요
장소: 숨도 1층 소우주 전시관
기간: 8월 16일 ~ 9월 4일
상시 / 무료 관람.

📌 이지송 작가는
한국 광고 1세대 대표 주자로 35년간 CF 감독으로 활약했다. 한국 방송광고 대상 최우수상, 인기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후 광고인으로의 성공을 내려놓고, 일흔이 넘은 나이에 상업성을 배제한 작품 활동의 길을 새롭게 시작했다. 2012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단편영화 <1/75’>를 발표하며 영상작가로 데뷔한 후 개인전 <일체유심조> (2012), <Laundry: 그림을 그리다> (2012), <해찰, 動> (2013), <해찰, 靜> (2013) 등을 열었고, 부산 비엔날레 특별전에 참여했다.